Jan 31, 2018
2018.01.31 23:05



지금보다 조금 더 많이 어렸던 때의 나는 아직 나 자신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 내 정체성이 뚜렷하게 갖추어지지 않았었다. 때문에 남에게 내가 어떻게 보여지는지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었다. 남에게 보여지는 내 외모, 내 성격, 내 취향 같은 것들. 그맘때의 사춘기 소녀들이 그렇듯 아직 자존감이 높을 때도 아니었고 나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자연히 남들이 나를 판단해 주기만을 바랐었다. 그래야 나 자신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때문에 누군가 나를 좋지 않게 보거나 나에 대해서 오해하고 멋대로 단정지으면 그것에 굉장히 속상해하고 어떻게든 그 부분에 대해 해명하면서 나를 '좋은 사람' 으로 인식시키려 노력하곤 했었다. 나를 나쁘게 말하거나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속상했고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아서.


조금 자라고 나서는 '남이 보는 나'보다도, 내 스스로 나 자신에게 확신을 갖고 싶었고 나 자신이 알고 싶어졌다. 내 취향, 장점, 단점, 성격, 외모, 나한테 어울리는 것. 열일곱 무렵부터의 내 일기장을 들추어 보면 나에 대한 기록이 빼곡하다. 내 취향은 무엇이며, 내 성격은 어떤 것 같다는 추측과 결론부터 나 자신의 내면세계에 대한 깊은 탐미와 탐구. 그 때부터는 하루하루 나에 대한 기록과 나 자신에 대한 질문을 빼먹은 적이 없었다.


그것이 차곡차곡 쌓여 나는 내 취향이 무언지, 내 장점이 무엇이고 단점이 무엇인지 나를 제대로 살필 수 있게 되었고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생기자 

내 단점을 스스로 발견하더라도 고치려 노력할 수 있게 되어 자아성찰을 회피하지 않게 되었다. 스스로에 확신이 생긴 만큼 자존감도 높아졌고 나 스스로 나를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게 되고 나서는 타인의 눈에 비치는 내가 어떤 사람일지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혹여 나에 대해 누군가 좋지 않은 이야기를 떠들고 다니거나 억측을 늘어놓더라도, 나 스스로 떳떳하면 그만이니까.


스스로 확신을 갖고 삶에 고운 색들을 덧입히며 하루하루 소소한 순간을 예쁘게 수납하는 낙을 알게 되자 자연히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생겼다.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 내가 가진 장점이나 취향들을 좋아해주는 사람들, 심지어는 나를 동경한다는 말을 해 주는 너무나 감사한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내가 먼저 다가가 호감을 표시해 친해진 사람들과도 깊이 교류하게 되었다.


나 스스로를 다듬는 것은 어느 정도 이룬 듯 하고 나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었으니 이제는 내 내면보다도 외부로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 내 주변 환경, 나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 가족이나 친구들, 그밖에 취미 활동을 하면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 


나 스스로를 살피며 차곡차곡 쌓아 두었던 온기나 애정 같은 것들을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주고 싶다는 생각이 요즘 참 많이 든다.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아낌 없이 표현하고 베풀어서인지 주변 사람들에게 참 잘한단 말을 많이 듣는데 정말 행복한 칭찬이다 싶네.


앞으로도 늘, 내 사람들에게 함께 힘이 될 만한 것들을 나누어 주고 싶고, 언제든 곁에서 위안이 되는 인연으로 남아주고 싶다. 


나에 대해 호의가 아니라 적대감이나 좋지 않은 감정을 품은 사람들은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고. 불필요한 감정 소비 할 만큼 가치 있는 사람들도 아닐 뿐더러 타인에 대해 잘 모르면서 함부로 판단하거나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경험상 굳이 나한테만 그러는 게 아니다. 대체로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게 행동한다. 좋은 것 이야기하고 좋은 것 나누며 살기도 바쁜 세상에 타인에 대한 적의와 부정적인 감정으로 뭉쳐 있는 사람을 상대하는 데 조금의 시간도 할애하고 싶지 않다.


나 자신이든, 내 주변 사람들이든 살아갈 날 동안 많이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특히나 이 겨울에는, 조금이나마 온기가 전해지도록 아낌없이 표현하는 사람이 되어야지.